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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탐구] 헌금도 이체하는 시대! 종교 기관의 새로운 헌금 시스템

2019-03-29

교회나 절에 헌금을 한다는 것은 단지 돈을 바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신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 심지어 생명까지도 기꺼이 내어 놓겠다는 의미를 담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헌금을 할 때 많은 계산을 하지 않습니다. 얼마를 바치든 신이 그 이상으로 되돌려준다는 믿음이 깔려있는 것이죠. 적어도 근대 산업사회 이전까지는 이런 믿음이 일반적이었습니다. 1차 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날씨와 강수량 같은 자연환경이 절대적으로 중요했고, 신은 자연환경을 통제하는 절대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사회에 진입하게 되면서 교회에 헌금을 바칠 때에도 ‘계산’이 필요해졌습니다. 월급 전부를 바치면 당장의 생계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돈은 신이 아니라 고용주가 주는 임금이고 날씨, 강수량과 상관없이 노동의 대가로 매월 받는 것이죠. 때문에 절대적 믿음보다는 사용처별로 적절하게 배분하는 인간적인 지혜가 필요해졌습니다. 종교 기관의 새로운 헌금 방식이 등장하게 된 이유도 여기서 시작됩니다. 지금부터 종교 기관에 새로운 헌금 시스템이 도입된 배경과 다양한 헌금 방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헌금을 나라에서 걷어간다? 새로운 헌금 시스템의 등장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헌금은 개인의 믿음 정도에 따라 바치는 것이 아니라, 소득에 따라서 적절하게 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독일은 종교세를 도입했습니다. 독일 노동자들은 국세청에 자신의 종교를 등록합니다. 종교가 없으면 없다고 등록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명시합니다. 국세청은 수입에 따라 개인 소득세를 징수하면서 종교세 역시 함께 징수하는데요. 징수한 종교세는 개인이 국세청에 등록한 해당 교단에 분배합니다. 개인들이 예배 때 별도로 헌금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소액이며 특정한 구호를 위한 목적 헌금으로 쓰입니다. 독일처럼 개인의 종교세를 걷어 교회에 분배하는 나라는 이탈리아, 스페인, 덴마크, 스웨덴 등이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의 교회 헌금 방식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바뀌지 않을 듯합니다. 나라에서 한 번 제도화된 시스템은 그 자체로 효율성이 있어, 변경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다양한 헌금 시스템

독일 국세청에 종교 등록 후 수입에 따라 종교세 징수, 등록한 각 교단에 분배
미국 현금 대신 개인 수표로 헌금, 연초나 특정 목적이 있을 때 한 번에 헌금
프랑스 신용카드 단말기 활용해 카드로 헌금, 앱으로 온라인 봉헌

우리가 중요한 사례로 고려해야 하는 나라는 유럽이 아니라 미국입니다. 우리나라 개신교 전래에 중요한 역할을 한 선교사 대부분이 미국 출신이라 헌금 방식 역시 미국식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미국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종교에 대한 국가의 무간섭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런 원칙과 더불어 미국식 자본주의의 발달로 교회는 합리적인 경영 방식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미국 교회의 교인들은 헌금을 현금 대신 개인 수표로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매주 교회에 갈 때 내는 것이 아니라 연초에 또는 특정 목적을 위한 헌금 액수가 결정되면 개인 수표에 금액을 적어 헌금을 냅니다. 헌금을 수표로 내면 세무 당국에 정확히 보고됩니다.

새로운 헌금 방식은 보수적인 카톨릭 성당에도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생-프랑수아 드 몰리토 성당은 작년 1월부터 전통적인 나무 바구니 대신, 카드로 헌금을 낼 수 있도록 신용카드 단말기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파리의 8개 교구는 단말기 사용 이전에 온라인 봉헌을 위한 앱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선진 산업사회 국가에서 전통적 헌금 방식 대신 온라인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이유는 현대식 금융 시스템에 기인합니다. 디지털 금융 시스템 자체가 현금 거래를 불필요하게 만들었기 때문인데요. 기업들의 경제 활동은 오래전부터 현금 없이 진행됐고, 개인들의 경제 활동 역시 대부분 현금 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금을 사용하는 경우는 지극히 예외적이죠. 급여가 통장에 입금되어 최종 지출될 때까지 현금을 만져 보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현금을 소지하는 것이 위험하거나 불필요한 일로 간주되고 있는데요. 이런 상태에서 종교만 현금을 강조할 수 없어진 것이죠. 중요한 것은 헌금을 한다는 행위이지 현금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뀌는 다양한 헌금 시스템

이런 개인 수표에 의한 헌금 방식이 최근에 와서는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 발달로 온라인이나 모바일에 의한 헌금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는데요. 리더십 네트워크(Leadership Network)와 반더블뢰멘 서치그룹(Vanderbloemen Search Group)이 교인 수 1천 명에서 3만 명 정도의 727개 북미 교회를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 교회의 81%가 온라인 헌금을 받고 있으며 25%가 교회 로비에 설치된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해 헌금을 받고 있습니다. 비자나 마스터 카드 등 신용카드를 통한 헌금 방식도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예배 중에 모바일로 헌금하는 경우도 이제는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습니다. 미국 교회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 호주의 한 교회는 헌금의 80%가 온라인을 통해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온라인을 통한 헌금 방식은 이제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개신교에서도 전통적 헌금 방식 대신 새로운 방식들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교인 수가 7만 5천 명 정도로 추산되는 서울의 한 대형교회는 교회 홈페이지에 은행 통장 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여기로 헌금을 입금하면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앞 6자리를 입력하면, 교회 재정 담당이 교인 별로 헌금 내역을 기록합니다. 정기적인 해외 선교 후원을 위한 CMS(Cash Management Service) 안내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이 CMS로 보낼 헌금 내용을 작성해 교회에 제출하면, 지정한 기간마다 일정 금액이 통장에서 자동이체 됩니다. 이렇게 CMS로 헌금을 내면, 매월 헌금을 기억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고, 연말 정산 때 쉽게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서울의 한 대형교회와 같은 헌금 방식은 아직 한국 교회에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할지 모르지만, 대세를 거부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머지않아 전통적 헌금 방식은 이제 서서히 사라지고 온라인 송금, CMS, 모바일 이체 등 다양한 방식의 헌금 시스템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글 / 김홍열 과학기술 칼럼니스트& 정보사회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