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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라이프] 조기 은퇴를 꿈꾼다면? ‘파이어족’ 준비를 위해 알아야 할 것

2021-03-24

누구나 가슴 속에 사표 한 장씩은 품고 삽니다. 과도한 업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야근, 간혹 있는 상사나 동료와의 불화까지.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 번쯤 퇴사 이후의 삶을 그려봅니다. 실제 조기 은퇴를 목표로 본격적인 퇴사 준비를 하는 20~30대도 늘고 있는데요. 이들은 퇴사, 더 나아가 은퇴를 위해 ‘쓰는’ 즐거움 대신 ‘모으는’ 즐거움을 선택합니다.

쓰는 대신, 모은다! 파이어족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번뿐인 인생을 위해 쓰는 즐거움을 택한 욜로(You Only Live Once)가 대세였습니다. 월급이 적어도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에 돈을 아끼지 않고 현재의 욕구에 충실한 삶이 트렌드로 여겨졌던 것인데요. 하지만 최근엔 이와 반대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위 ‘아껴야 잘 산다’는 것. 사람들은 이들을 일컬어 파이어족이라고 합니다. 

파이어(FIRE)는 ‘Financial Independence(경제적 독립)’와 ‘Retire Early(조기 은퇴)’의 줄임말로, 일찍이 재무적으로 독립해 조기 은퇴를 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미국의 20·30 밀레니얼 세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난 후, 누구도 안정적인 노후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이 같은 라이프 스타일이 퍼지기 시작한 것인데요. 이들은 직장 생활을 하는 20대부터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수입의 70% 이상을 저축해, 30~40대에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사표를 과감하게 던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다소 꿈같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사실 파이어족의 길을 선택한 밀레니얼 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도 자본주의 시스템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고 현실적입니다. 은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자산을 모으는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를 모아야 조기 은퇴를 할 수 있을까요?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실 파이어족은 누구나 꿈꿀 수 있지만, 당장 아무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파이어가 단순히 바짝 벌어, 남은 평생 펑펑 놀자고 주장하는 논리가 아니기 때문이죠. 파이어에서 말하는 ‘경제적 독립’은 돈을 벌든 안 벌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합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무의미하게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지 말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더 소중하게 쓰자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스콧 리킨스는 저서 ‘파이어족이 온다’에서 파이어족을 목표로 하기에 앞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중요한 10가지’를 먼저 고민해 보라고 합니다. 이 목록을 통해 지금 당장의 소비가 곧 나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면, 파이어족이 될 준비를 마친 셈입니다.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을 단단히 했다면,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근검절약과 자산 마련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발생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하므로 체계적인 자산 마련 계획은 필수인데요. 이에 스콧 리킨스는 일반적으로 연 생활비의 25배를 모아야 파이어족에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각각 생활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소 6억부터 최대 10억의 자산은 모아야 조기 은퇴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조기 은퇴 이후엔 자산을 굴려 버는 투자 수익으로 생활비를 충당, 재테크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합니다. 즉 투자금으로 생활비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스스로 구축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 직장인은 근로소득만으로는 자산을 모으기 어렵습니다. 월급만으로는 서울에 집 한 채 사기 버겁고,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죠.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득 대비 서울 집값 비율(PIR)은 15.6년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서울에 사는 중위소득(소득순으로 중간 가구의 소득) 가구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 이상을 모아야 주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욱이 코로나 펜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근로소득의 증가 폭마저 줄어들었는데요. 이러한 경제적 불안과 위기감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는 일찍이 종잣돈을 만들고 자산을 불리는 데 열중하는 20~30대가 늘고 있습니다.

한국형 파이어족이 등장하다!

미국의 파이어족이 ‘저축’에 초점을 두었다면, 한국의 파이어족은 더 빨리, 더 많이 자산을 불리는 데 집중합니다. 저금리 시대에서 월급을 단순히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은퇴 자금을 모으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죠. 이에 이른바 ‘N잡러’도 등장하고 있는데요. 유튜브 채널 개설이나 스마트스토어 운영과 같은 사이드 잡을 통해 고정 수입 외, 부가 수입을 올리는 직장인도 늘어났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국내 파이어족은 부동산이나 주식, 암호화폐 등 다방면의 투자를 병행해 은퇴 자금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최근 국내 20·30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 구매가 늘고, 주식 계좌 개설이 급증한 이유도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을 가장 많이 확보한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개설된 계좌 총 333만 개 중, 30대 이하 연령 비중이 56.7%를 차지했습니다. 새로 개설된 주식 계좌는 전년 대비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국내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는 20·30세대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투자 열풍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투자 열기는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자산 증식을 위해 빚이라도 내면서 주식 투자를 해야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최근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빚투에 대한 불안감도 늘고 있어, 이 같은 투자 열기에 대한 문제도 야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주택담보대출 등 은행권 가계대출이 사상 첫 1,0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가계대출이 1,0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04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사례입니다. 파이어를 꿈꾸는 20~30대의 과한 투자 열풍으로 은행에서 빌리는 가계의 빚 규모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조금 더 안정적인 파이어를 계획한다면 과도한 리스크를 안은 과한 투자보다는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자산 관리의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올바른 파이어족이 되는 길은?

밀레니얼 세대의 대안적인 라이프 스타일로 주목받는 파이어족은 국내에서도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파이어족’을 주제로 20·30 직장인 1,1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5명 중 2명(41.0%)이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소득만으로는 풍족한 노후 대비가 어려운 현실에서, 파이어족은 이미 예견된 삶의 방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파이어족 삶의 방식과 가치가 원하는 목표액을 달성해 부자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이 아니란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은퇴 생활이 아닌, 내가 중심이 되어 자유롭게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따라서 무작정 성공한 다른 파이어족을 따라하기보다는 개인에 맞는 중장기적 인생 설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소비 중심의 삶과 거리가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봅니다. 둘째, 파이어족의 삶에 동의했다면 소비를 줄이는 일에 기꺼이 동참해야 합니다. 셋째, 주식 투자로 최소 5%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경제 공부도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넷째, 단 금융시장은 상황에 따른 변화가 크기 때문에 투자 수익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투자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을 스스로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섯째, 은퇴를 위해 모은 자산을 불안하지 않게 쓸 수 있는 삶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20·30 세대의 대안적인 삶의 방식으로 떠오른 파이어족이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한 삶’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오늘도 무엇을 위해 일하고, 돈을 모으십니까? 돈을 버는 목표가 내 행복의 가치에 있다면, 그때 비로소 파이어족을 꿈꿔 보는 건 어떨까요?

글 / 효성 FMS 편집팀